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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최고의 와인2

진광불휘 2026. 4. 24. 01:37

 




거듭 말했듯이, 최고의 와인은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첫 와인이다. 사실 그때 와인 맛이
거의 느껴질리 없지만 분위기와 떨림, 긴장감과 호흡은 평생 잊지 못할 테니.

그 뒤로 같은 사람과 값비싼 포도주를 마시더라도 처음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와인이란 어쩔 수 없이
감성적일 수밖에 없는 가치표현이라는 생각. 

하지만 또한 거듭 밝혔듯이, 그런 최고의 와인은 인생에서 몇 번 만날 수 없다. 사랑이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닌 까닭에. 우리는 사랑 이후로도 생을 살아가야 하고 최고의 와인 다음에도
또 술을 마시게 된다. 사랑, 이라는 절대적 조미료를 제외한다면 최고의 와인을 뽑는 일은
취향과 품질, 가격에 크게 좌우되리라. 관점에 따라 수많은 최고의 와인이 있다는 얘기. 

또, 최고의 와인을 하나로 꼽을 수 없다는 얘기는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포도주가 바로 최고라는 뜻도 된다. 

어제는 굉장히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제일 안 좋았던 건, 같은 상대로부터 전에 똑같은 대접을
받고서도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믿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번 참사의 절반은 어리석은 내게도
원인이 있다는 말. 입맛이 쓰다.
  
쟁여둔 좋은 와인이 여럿 있으나, 이번 주말에는 걔중 최고의 와인을 마셔서 이 찜찜함을 눅여야겠다.

십년 묵은 AOC 와인을 열자. 지난 프랑스 여행을 추억하며.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는 거지.

그래도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으니 이쯤 되면 훌륭하지 않나. 지금은 이게 내 최고의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