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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간병의 시간

진광불휘 2025. 7. 29. 19:11

 

병원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각 달라서 접수, 입원, 수술, 수납, 면회 같은 일련의 체계가 환자 위주가 아니라 철저히 원내 편의적으로 짜여있다. 그래서 병원을 바꾸면 환자도, 보호자도, 간병인도 모두 갓난쟁이처럼 눈만 꿈벅일 수밖에 없다. 간호사가 입원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오라 주문했는데, 하필 일요일이라 근방 약국과 의료기점이 문을 닫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간신히 구해 귀원해 보니 구내 편의점에 관련 품목이 다 있네. 그래 병원은 이런 곳이었지, 쓰게 웃었다. 간병인이나 보호자의 당혹감이 이런데 하물며 환자는 어떨까. 생사의 고비 앞에서 가느다란 실 한 줄을 붙잡고 계신 당신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지 곰곰 품어보게 된다. 느닷없이 닥치는 병마 앞에서 삶이란 덧없이 느껴지지만 그전에 환자가 쌓아온 시간을 더듬으며 당신이 병명이 아니라 소중한 존재로서 호명되기를 소망해본다. 가혹한 한때는 짧기를, 그리운 시간이 길어지길 아울러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