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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깊다

진광불휘 2025. 4. 1. 01:34

 


삶은 알 수 없구나. 몇 년 간 자주 만나며 꽤나 가깝다 생각했는데 함께 여행을 다녀보니 전혀 몰랐던 부분이 보인다. 이 사람의 무구함, 고집, 나이듦, 에고와 괴벽까지. 인간은 단순하면서 또한 다채롭구나. 그게 생의 깊이를 만드는 거겠지. 오랜 기간 같이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잠들면서 우정과는 무관하게 어떤 살가운 정서가 솟아나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그건 아주 중립적인 무엇이기도 하지. 내 변화에 따라, 태도에 따라, 관점에 따라 장점은 언제나 단점으로 돌변할 수 있으니까. 그 반대도 마찬가지. 

여행은 끝나고, 나는 잠시 홀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떠돌게 된다. 친구가 없는 건 외롭지만 곧 익숙해질 터. 홀가분함은 굴레일 수 있지만 가끔은 해방이니까.   

혼자 돌아가는 바다는 또 어떤 빛을 보여줄까. 낡고 외로운 오션뷰 호텔을 예약했다. 그곳의 계절은 맹렬히 여름으로 바뀌는 중. 양산 하나 손에 쥐고 나는 또 얼마나 분주하게 바다를 품에 안은 동네를 종종거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