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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공항 확장공사로 인천발 직항편 폐쇄 본문

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달랏공항 확장공사로 인천발 직항편 폐쇄

진광불휘 2025. 2. 6. 23:05

 


요즘엔 어쩌다 베트남 이야기만 하게 되네.

달랏의 리엔 크엉 공항이 확장 공사를 하면서 3월 이후 직항편이 모두 폐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천-달랏 직항편은 제주항공 하나뿐이었고, 그 전에는 비엣젯만 운항했는데 비엣젯이 운항 면허를 반납한 것을 제주항공이 인수하며 재개한 걸로 알고 있다. 자정 쯤 도착하고 새벽 2시쯤 출발하는 비행기라 꽤 불편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직항이고 국내 LCC라서 이용객이 적지는 않았다. 다만 작년 말 무안공항 사고의 여파로 제주항공 이용객이 크게 줄면서 올 1월에 달랐에 갔을 때는 좌석 절반 정도가 비어있긴 했지.  

달랏은 베트남 여행지 가운데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지역이다. 평균 해발고도가 1,700미터 정도인 산악 지대라 덕분에 베트남스럽지 않게 날씨가 온화하다. 1년 내내 기온이 일정하며, 한국의 봄날씨와 비슷하다. 그래서 명소란 대개 경사가 높은 지대에 흩어져 있다. 이동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오르내리기도 쉽지만은 않다. 베트남인들의 신혼 여행지로 각광 받았으나 제주도처럼 지금은 좀 거품이 빠졌다. 정말 많은 호텔이 있는데, 가격에 비해 객실 컨디션이나 서비스 품질이 높지는 않다. 다낭처럼 한집 건너 식당과 카페, 편의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딜 가나 발품을 팔아야 하고, 현지 관광객들 위주라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다. 물론,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건 한국인이긴 하다. 고급 점포의 손님 절반은 한국사람이다. 제주항공이 하루 최대 300여명 밖에 실어오지 않는데도. 

현지에 사는 교민분들에 따르면, 달랏은 시골이라서 다낭이나 호치민보다 한결 더 순박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한다. 다낭은 택시 바가지가 있지만 달랏은 그렇지 않다며. 실제로 로컬 가게에 들러보면 현지인들의 응대가 다른 지역처럼 세련되지는 않아도 어떻게든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 하는 게 느껴진다. 한국인을 상대하는 마사지샵 가격은 베트남 전역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대신 스트레칭 같은 가외의 서비스를 덧붙여서 뭔가 더 해주고자 한다. 반대로 로컬은 미용실이든 네일샵이든 스파든 아주 저렴하고 푸근하다. 그러니 이름난 가게만 찾아가는 것보다는 동네 가게를 찾아보라 권한다. 

달랏 직항편이 사라진다니 아쉽다. 투어를 그리 즐기지 않고 인근을 돌아다니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라 명소를 쭉 둘러보지도 못했지만 외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기분이어서 마음이 편했는데. 그리고 가까워진 친구도 여럿인데. 달랏은 한여름에도 여전히 18~24도 내외의 날씨를 선보이는 터라 피서지로는 그만이었다. 엄청난 맛집도 꼭 다시 가야 할 스팟도 없지만 마음 편하게 찾아가기에는 최고의 여행지인데.     

달랏 공항이 확장되고, 제주항공 사고도 잘 수습된다면, 운항편을 재개해 줬으면 좋겠다. TTC 응옥란 호텔 아래 시장의 간이식당에서 작년처럼 다시 해장국을 주는 반미와 바지락국이 곁들여진 홍합밥을 먹고 싶다. 

이유없이 그리운 달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