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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본문
만나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말은 많이 하는데, 상대를 보지 않고 혼자만 쏟아내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가 친구를 만나는 이유는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황당한 일을 당해 간절히 토로가 필요한 순간에도 우리는 상대방의 이해와 공감을 통해 비로소 위로를 얻는다. 스몰토크에 자동응답기나 챗봇을 쓰지 않는 건 그래서다. 넘나듦은 관계의 핵심이다. 갑자기 전화해 난데없는 경험담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를 반길 사람은 없다.
아침에 두드려 맞고 깨워질 때가 있다. 이른 연락이 그렇다. 간밤에 난감한 일이 있었겠지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그런 이야기를 새벽부터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죽했으면, 싶으나 그런 건 사실 대화가 아니다. 일방적인 독백은 연극에서조차 길게 끌면 성공하기 어렵다. 선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썼지만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제 내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응답할 일은 없겠다. 그래도 잘 풀어나가길 빈다. 나 역시 지난 2년간의 경험으로,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통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 아무라도 붙잡고 털어놓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것도. 이 넓고 황량한 세상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다는 것도 배웠다. 오랫동안 함께 서 있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없다. 그러니 여기까지.
생을 덮치는 드높은 파도는 앞으로도 여러 번 있을 것이다. 그림처럼 우리가 그 파도를 타고 가르지는 못 해도, 이 시간들이 우리를 침몰시키지 않길, 또 그 속에서 무언가 배우며 삶을 더 깊이 깨우칠 수 있길 빈다. 부디 강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