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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플루메리아 혹은 다낭

진광불휘 2024. 3. 24. 21:57

베트남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꽃, 플루메리아(Plumeria)는 다낭에서 가로수로 쓰인다. 

석고로 빚은 듯 매끈하면서도 잎사귀의 흰 빛과 꽃봉오리의 노랑빛깔이 아련하게 어우러져서 거리에서 처음 이 꽃을 만났을 때는 누군가가 브로치를 흘렸구나 생각했다. 그 뒤로 여러 번 같은 일을 겪고서야 이게 진짜 꽃임을 알았다. 머리에 꽂으면 핀이 되고, 가슴에 달면 코사지, 가방에 붙이면 그대로 악세사리가 될 플루메리아가 몹시 어여뻐 걸으면서도 계속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세운 오토바이, 끝없이 늘어선 노점상의 목욕탕 의자, 이어지는 개발로 늘 공사판인 다낭의 길들은 인간의 이 모든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눈부시게 황홀하다. 3월 최고기온 30도, 체감기온 33도의 비엣남의 봄이 덕분에 아늑했다. 이상하지, 거의 매달 오다시피 하는데 점점 더 끌리네. 풍광에서 사람으로 또 꽃나무로 시선이 옮겨간다. 아름다운 게 참 많기도 하지. 

나는 이 도시를 어디까지 들여다보게 될까. 다낭, 곧 다시 만나. 미운 구석이 한 가지도 없는 동네. 구태여 찍지 않아도 저절로 간직되는 장면들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