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Tags
- 세월호책
- 세월호
- 제주
- 4.16연대
- 정원선
- 제주풍경화
- 4.16
- 도시에세이
- 세월호참사
- 같이가치
- 스토리펀딩
- 제천
- 박주민
-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 배영란
- 제천 책
- 소도시 여행
- 416
- 제천여행
- 제주 해군기지 반대
- 최강현
- 사진
- 사랑의 단상
- 북구기행
- 잊지않을게절대로잊지않을게
- 강정 해군기지 반대
- 슬픈책
- 세월호 참사
- 제주 풍경화
- 롤랑 바르트
Archives
- Today
- Total
점점
부희령, "분실" 본문
오랜만에 집에서 책을 읽는다. 코 앞 도서관에 가는 게 가장 효율이 좋지만, 오후에 약속이 있어
오가며 밥을 먹고 하는 게 번거로운 탓이다. 마음이 어지러워 사실 어떤 텍스트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토막을 치듯 아주 짧은 찰나에만 집중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끼니를 챙기듯이
무언가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읽지조차 않는 시간은 더 괴로운 까닭이다.
이렇게 해도 괴롭고, 저렇게 해도 괴로운 시간이 최근의 삶이다. 책이 읽힐리가 있나.
그래도 어떤 것들은 끝내 마음에 들어온다. 그걸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게 내 유일한 사고일 것이다.
"부끄럽게도 평생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이름과 나이를 잃어버린 적도 없다.
그러나 나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기억은 잃었다. 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 알지 못한다. 언젠가 나는 나를 잃어버릴 것이다. 잃어버린 것들은
어디로 어떻게 가는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은 영원하다."
부희령의 이 마지막 단락을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이해가 되는 것도 같고, 또 아닌 것도 같아서다. 작가의 진의를 파악했다고는 못 하겠다.
그러나 그가 왜 이렇게 글을 마무리했는지는 알 것 같다.
그리고 또한 나는 알것 같다. 내가 왜 이 단락에 오래 머물렀는지를.
나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었던 거다. 한없이 무력한 채, 결코 위로가 될 수 없는 삶에서
우리가 모두 무력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 역시 곧 나를 잃게 된다고.
이 알 수 없는 것들은 알 수 없어서 영원하므로, 우리는 거기에 함께 있자고.
하지만 이미 누군가는 영원같은 고통을 앓고 있고,
나 역시 거기서 헤어날 수 없는데.
다사로운 위로의 말들은 그러나 다사로워서 더 아프구나.
그 아픔으로 너의 아픔을 덜어줄 수 없어 더더욱 아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