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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What is the Best? 본문
부산엘 다녀왔다고 하니 어디서 (돼지)국밥을 먹었냐고, 최고의 국밥집은 어디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이런저런 대답을 늘어놓으며 그 질문이 무척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와 곱씹어 보니
물음에 담긴 위계가 불편했던 것 같다. 알다시피, 돼지국밥도 맑은 부산식이 있고 또 진한
밀양식이 있다. 또 그 둘 사이에 자리한 절충식 돼지국밥도 있다. 맑은 부산식도 여러 결이
있고, 진한 밀양식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절충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모든 걸 경험해볼 수도
없거니와 설령 그랬다 치더라도 한두 번의 시식에 그만한 권위를 부여하는 게 과연 옳을까.
그날의 날씨와 몸 컨디션, 식당의 상황과 기타 등등에 따라 모든 것은 유동한다. 그걸 하나의 기준
(대체 어떤 기준으로? 그래봐야 취향에 불과한데)으로 줄 세우는 일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냥 차라리 난 이런 국밥이 맛있던데 넌 어떤 게 좋아? 라고 묻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국밥만 그런 게 아니다. 노래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TV의 경쟁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그런
권능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곤 하지만 줄 세울 수 없는 것을 줄 세우며 우리가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에 "No"라고 말해야 한다.
최고의 국밥집이 어딘 지는 모르겠다. 노포인데도 아주 청결했고 기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의령국밥, 일일이 여러 번 토렴을 해줘서 먹기가 황송했던 재기국밥도 행복한 한 끼였다.
너무 품이 많이 들어가는 식사라 이런 즐거움을 오래 누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저만 생각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은 타인에게 기쁨을 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도 행복하다 느낄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또 각자의 답이 있겠지.
중요한 건 이거다. 잘 먹었다, 잘 들었다, 잘 보았다, 에서 끝내지 말 것. 소비자가 아니라
이웃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