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카운트 다운 본문

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카운트 다운

진광불휘 2026. 10. 7. 00:00

 




*
정기적으로 비엣남에 가게 되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이 바빠졌다.
의무는 이행해야 하기에. 
명절과 식구들 기념일을 쇠고, 환자가 계신 병원을 매주말 문병하며, 
4.16, 5.18, 은사님 추모식, 대항로 사람들 같은 공적 행사까지 챙기고 나면
남는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 
사실상 평일 며칠 정도만 손아귀에 떨어진다.


*
그래서 학교 인터뷰로 반드시 날 만나야 하는 중학생 조카가
토요일 밤 늦게 집으로 찾아온 적도 있고
술 먹자고 매달 전화하는 C후배와는 여섯 달 째 만나지 못했다.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텐 투 세븐 직장인인 그로서는 
주말만 시간이 나는데 주말엔 내가 안 되니. 
친구들도 정말 드물게, 간신히 시간을 맞춰 
몇 달에 한 번 볼까 말까다. 
그렇게 됐다.


*
이런 삶이 몇 년 째 이어지면서 친구들이 선택한 건 
내가 다낭에 있을 때 휴가를 오는 거였다.
올해만 해도 B가 2번, K가 2번, 또 다음 번엔 C가 동행한다.
다들 어렵게 여유를 쪼개 3박에서 5박 쯤의 일정으로 다낭에 오는데
다행한 건 비수기라 왕복 항공료로 30만원 이하가 든다는 점이고
안타까운 건, 매번 귀국할 때마다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한다는 점이다.

"(일정을)며칠 더 잡을 걸! 아, 진짜 가기 싫다!"


*
나로서도 원래 이렇게 자주 비엣남을 오갈 예정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4월부터 10월까지 지독히도 뜨거운 다낭에 있게 될 줄이야. 
그러나 이제 익숙해져서 한낮에도 잘 논다. 
더우면 더운대로 날씨를 즐기면 된다. 어쨌든 여긴 전혀 다른 세상이니.


*
최소한 내년 3월까지는 이 패턴이 이어질 듯 하다. 
평일 일부 말고는 누구와도 만나기 어려운.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내가 멀리 이동하기도 어렵다. 
뻔뻔한 부탁이지만,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청하고 있다.
혹시 네가 평일에 시간이 나면 미리 나를 예약해 두라고. 
대신 식사와 와인 정도는 내가 사겠다고.


*
잘 응해주는 벗들이 고맙다. 
우리가 네 시간에 다 맞춰주지 않느냐는 그들에게 
이렇게 항변할 때도 있다. 

"대신 다낭에 오면 내가 니들 입안에 혀처럼 다 맞춰주잖아!
 식당 예약해 데려가 줘, 가이드해 줘. 건건이 차량 다 잡아 줘. 
 쇼핑할 거 맞춰 줘. 커피도 안 마시는 데 취향따라 카페까지 골라 줘. 
 게다가, 마사지사 팁 줄 잔돈까지 챙겨주는 친구가 어딨냐?"


*
어쨌든, 
다시 카운트 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