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정원선
- 잊지않을게절대로잊지않을게
- 세월호책
- 북구기행
- 제천
- 제주풍경화
- 제천 책
- 스토리펀딩
-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 같이가치
- 세월호 참사
- 소도시 여행
- 사랑의 단상
- 도시에세이
- 제주 풍경화
- 세월호
- 4.16
- 4.16연대
- 세월호참사
- 강정 해군기지 반대
- 최강현
- 슬픈책
- 416
- 제주 해군기지 반대
- 롤랑 바르트
- 사진
- 제천여행
- 배영란
- 박주민
- 제주
- Today
- Total
점점
최악의 경험, 국제주류박람회 본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주류박람회에 초청을 받아 다녀왔다. 점심 시간을 갓 넘긴 금요일 낮이었는데, 이미 코엑스 주변은 엉망진창으로 취한 젊은 고주망태들로 난리법석이었다. 인기라더니 과연. 내 관심사는 오직 와인이어서 수입사와 홍보 부스를 부지런히 돌았다. 방문객이 너무 많아 계속해서 어깨를 부딪혀 가며 또아리를 틀어 시음 순서를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거의 모든 점포가 아낌없이 술과 안주를 대접해 주시더라. 입장료가 2만5천원으로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었으나 잔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 점이 특히 아쉬웠다. 플라스틱 와인잔은 원가가 100원도 안 하는 까닭. 초입에서 잔만 파는 매대가 많았고, 그 값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하긴 그럴 리가.
위스키, 막걸리, 소주, 맥주, 와인, 발포주, 리큐어... 다채로운 종류의 종류별로 술이 넘쳐나도록 공급되니 매번 '제발 조금만 주세요'라고 부탁해야 했다. 그런 나를 신기하게 보는 주최측이 많더라. 그러나 전시장 구석구석은 이미 정신을 놓은 취객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난장판이었다. 술을 받다 잔을 떨어뜨려 큰 소리가 나기도 여러 번. 굉장히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야 하는 행사다.
와인 매대를 한 바퀴 돌고 나니 1시간 반 쯤 걸렸다. 모든 종류의 술을 맛보려면 4시간 이상 소요될 듯. 훌륭한 와인도 많았고, 새로운 경험도 있었지만 나는 앞으로 다시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 괜찮은 와인을, 시끄러운 곳에서, 서서, 1회용 잔으로, 길게 차례를 기다려가며, 심지어 빨리 마시는 일을 좋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 포도주라면, 조용하고 편안한 자리에서, 느긋이 앉아, 적절한 잔을 사용해, 시간을 들여 아로마와 맛과 부케를 음미하는 게 당연한 까닭이다. 그게 와인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아닐까?
품질이나 양 대비 값이 싼 행사라는 건 알겠다. 동네 호프집을 가도 둘이 생맥주 각 두어 잔에 치킨 하나 시키면 5만원이 드는 요즘이니까. 그러나 딱 거기까지. 좋은 술을 최악의 상황에서 많이 마시는 것을 의미있는 경험이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많은 알콜을 인원 제한, 수량 제한 없이 공급하는 게 괜찮은지도.
행사는 주말까지 이어진단다. 무사히 안전하게 마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