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부산 친구
진광불휘
2025. 5. 6. 12:10
부산에 친구라곤 J 하나 뿐이다. 그나마도 원래 K시 출신인데, 직장을 그쪽으로 옮기며
부산에 살게 됐을 뿐. 하지만 덕분에 부산 경남의 여러 곳을 그와 함께 다녀볼 수 있었다.
성심을 다해 잘 해주는 다정한 사람. 올해도 그를 만나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서 만날 사람은 그뿐이게 되었다. 섭섭치 않다.
그간 다른 이를 만난다고 부산을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결국 속만 상했으니까.
인색한 관계 속에서 평정을 가장하느라 나도 참 애썼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는 법
충돌 끝에 깨끗이 정리됐다. 좁고 황량한 구석에 계속해서 마음을 둘 이유는 없으니까.
부산에 들르면 옛 생각이 나겠지. 지나간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므로
이젠 무덤덤하게 넘겨봐도 되겠다. 과거야 어떻든 지나간 인연이야 어떻든
최대한 현재를 즐거이 살 것이다. 지독한 악연에서 간신히 벗어났으므로
더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
과거로 돌아갈 길은 없다. 그게 종종 무력감을 안기면서도 때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과거가 과거여서 더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