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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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용 캐리어를 샀다. 그동안 캐리어는 빌려썼거나 벼룩시장에서 거저나 다름없는 값으로 업어왔거나 한 것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문제가 있었다. 덜그럭거리거나 잠금쇠가 안 되거나 손잡이 하나가 깨져있거나 등등. 그리하여 처음으로 바퀴달린 가방을. 가볍고 조용하고 기능이 많다. 컵받침이 달려있고, 내부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하면 충전도 된다. 값도 저렴.
음식 외에 제대로 된 무언가를 사본 게 아주 오랜만이다. 욕구가 없었던 까닭. 식재료는 먹어야 살 수 있으니 생략할 순 없지만 그외의 것들엔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므로. 지난 2년간 생존이나 연명만이 당면한 목표였다. 그러나 이동은 이제 생활의 상수가 된 까닭에 좀 더 편해지길 바란다. 10년 넘게 쓴 배낭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좀 작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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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월용 비행기편을 구입했다. A항공사가 할인 이벤트를 예고한 날이었는데, 과연 접속도 안 될 정도로 사람이 몰린 듯. 새로고침하느라 1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간신히 귀국편 항공권을 얻었다. 또다른 D시(자주 가는 D시 말고)로 입국해 며칠 지내다 리무진 버스로 N시로 이동해 나머지 날을 보내고 귀국할 거라 편도로 귀국행만. 또다른 D시로 가는 항공편은 다시 J항공사 이벤트를 기다려야 한다. 번거롭긴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려면 필요한 수고다. 비행편이 하나같이 XX같아서 새벽에 출도착해야 한다는 게 벌써부터 피곤하다. 계획을 잘 짜서 무리없이 편안한 일정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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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은 서울도 바람이 분다. 지난 주 부산의 날씨가 옮겨온 듯. 오전부터 제주가 태풍 영향권에 들고 그러면 이번 주말부터는 시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다. 코앞이 8월 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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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정표는 매달 이동으로 빼곡하다. 그렇지만 종종 되묻게 된다. 난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그저 '지금-여기'가 아니면 그만 아닌가? 낯섬과 새로움이, 긴장과 자극이 결핍을 메꿔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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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에 담아가거나 넣어오고 싶은 건 무엇일까. 바라는 게 더 이상 없는데 그런 게 있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