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탐진치
진광불휘
2024. 8. 14. 01:34
늙는다는 건 속절없이 탐진치에 빠져드는 일이구나. 어리석어서 욕심을 부리고, 그 욕심 때문에 삶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니. 발밑에 구멍을 파는 건 결국 자신인 셈. 어쩌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게 되자니 한심하고 또 안스러운 감정이 교차한다. 함정에 빠지기까지 몇 번이나 경고등이 켜졌을 텐데, 눈 앞의 꼬순내에 넋을 잃어 후다다닥, 급하게도 뛰어든다. 발을 동동 굴려도 이미 벌어진 뒤에는 수습하기가 난망하다.
한편 생각한다. 내가 용케도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지 않은 건 능력이나 인격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을 뿐이기도 하다고. 딱히 욕심이 없다기보다 욕망의 종류가 달랐을 따름이라고. 나이값을 따지는 스스로를 종종 꼰대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덕분에 큰 실수는 없는 듯 하다고. 어디나 일장일단이 있는 셈인가.
나의 탐진치는 어느 쪽에 있을까. 지금쯤 나는 허당 앞 얼마 쯤에서 질주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