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여름 이후를 기다리며

진광불휘 2024. 8. 13. 01:10

 

해마다 바다 건너 호텔에서 묵는 횟수가 30일이 넘는 것 같다. 거기다 국내 숙박까지 더하면 가볍게 두 달을 넘기겠지. 아니 석 달에 가까울 듯. 외국에 가는 일이 익숙해져서 부산이나 제주도 가듯 캐리어 없이 배낭 하나 메고 잘도 돌아다닌다. 조식 챙겨먹고 단골 와인샵에서 포도주 몇 병 사다 늘 가는 로컬 식당에서 안주 조달해 바다 보면서 홀짝거린다. 낮에는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외국인이 거의 없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시장통에서 흥정해가며 과일도 산다. 낯선 가게에 불쑥 들어가고 종업원들과 대화도 나눈다.
 
이런 해외 혼여를 통해서 깨달은 바는, 나란 인간이 미식에 전혀 관심이 없구나, 라는 사실이다. 딱히 거친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경비도 여유롭지만 굳이 좋은 식당을 찾아가거나 고평가 음식을 주문하지는 않는다. 여럿이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포도주도 그냥저냥한 걸로 간신히 반 병이나 비울뿐.
 
발견한 것은, 거꾸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거. 인사하고 안부를 교환하며 사소한 것들을 알아가고 서로 위해주는 걸 흡족해한다는 것. 그만한 각성을 위해 참 멀리도 떠났구나 싶기도 하다.
 
함께 가는 여행에서는 아주 긴 해안선을 앞에 두고, 제대로 된 식당에서 잘 식힌 술을 마시며 그날 우리가 느낀 것들, 그래서 달라지게 된 것들을 속깊이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