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전화권
진광불휘
2024. 7. 21. 14:33
24시간 필요할 때 망설임없이 나에게 전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몇 없다.
가족 외에는 딱 둘 뿐이었는데, 하나는 지금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하나는 애매모호한 일로 다투고 멀어지면서 사실상 관계가 끊어져 버렸다
(그러나 권리는 살아있다. 돌려받을 생각 없다).
사실 나와의 통화가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의지처라도 되라고 사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인데.
이번에 지인이 갑자기 너무 아프게 되면서 힘들면 아무 때나 전화하시라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가 어려운 순간에 실제로 내게 전화할 지는 알 수 없다. 원래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니.
내 전화권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와 통화할 권리를 뜻하지만 반대로 당신 또한 그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일방적이고 편의적이다. 당신에게 언제든 귀 기울이겠다는 것.
언젠가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권리를 받아보고도 싶구나.
이제 와서 그런 일이 생길 리 만무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