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불휘 2024. 7. 8. 23:43

 

이미 희미해진 것들에 마음을 주지 마라. 자꾸 그러다보면 헛것이 실제처럼 보여서 존재하지 않는데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말을 붙이고 상황을 연기하고 만다.

꿈을 이루는 사람은 없다. 이루어진 꿈은 애초의 꿈이 아니며,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닌 까닭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현재만을 살아가게 되는 구나. 그 흔적을 편집해 과거라 부르지만, 그것이 실재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미혹을 좇으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지만, 다만 거슬러오는 물결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안간힘을 확인할 뿐.

지난 여행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삶을 대가없이 내주었다. 나는 그걸 몇 장의 고액권으로 갈음하려 들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그들과 어떻게 관계맺을 지 두려웠다. 그 막막함이 내 문제겠지. 그런 장면을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허나 불가능할 지라도 다른 장소와 순간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라. 

함부로 쓴 몸을 앓으며 하루를 흩뿌렸다. 며칠 더 그럴 계획이지만, 그런 시간 뒤에는 부질없는 바람들이 한소끔 잦아들기를 빈다. 지열을 식히는 비가 종일 내리고 있다. 당분간은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