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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를 갈 이유는 이제 정말 없구나 싶다. 예전에는 상징적으로 생수와 라면만은 최저가를 고수했는데, 이제 그마저도(진짜 그마저도!) 온라인 쇼핑은 물론 동네 슈퍼보다도 비싸서 대체 뭘 사러 가야할지 모르겠다. 채소와 과일은 처음부터 비싸, 품질도 그저 그래, 수산물은 크기가 너무 작아, 포장회값은 곁반찬이 나오는 횟집보다 비싸... 굳이 꼭 사야 한다면 축산품 정도? 와인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행사가조차 와인샵의 평소값보다 높으니... 평일 손님이 눈에 띌 정도로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집에서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나조차도 주 1회를 들르지 않는다. 심지어 마트가 도서관 지하에 있고, 도서관은 주 3회 이상 찾는 데도 말이다. 대형마트의 지나친 고가 수수료 고집이 이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일 텐데, 사업의 지속성과 무관하게 오직 눈 앞의 이윤, 이윤, 이윤만 부르짖는 오너들의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쇠락을 피할 수 없겠지. 그러니 사라진다 한들 아쉽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대형마트가 구매욕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지 오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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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과음한 친구들이 꼬장을 부리는데, 때로는 술을 먹지 않는 친구들이 말썽을 피우기도 한다. 돌아가면서 그러는 꼴이 흥미롭다는 생각.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겠지. 주사는 없어도, 가끔 더 마시고 싶어 '1차 더'를 종용키도 하고, 원래 취향도 마이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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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바라는 게 끊이지 않는 건 내가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상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시절 인연을 채워주는 훌륭한 사람들을 폄하치 말라. 그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러는 중에 서로가 서로의 '환경'이 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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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센'이 중언부언하고, '마라'가 고집만 세우고, '커피'가 의아한 데서 불평을 터뜨리는 게 싫다면 아니 만나면 된다. 마음이 괴로우면 멀리 하고, 평화로운 가운데 보고플 때 연락해라. 같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기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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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시 배낭을 쌀 예정이다. 여전히 더운 곳으로 갈 지, 덜 더운 곳으로 갈 지는 정하지 못했다. 여건을 참작해 가장 즐거울 지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