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하지만
진광불휘
2024. 6. 19. 00:00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바다는 전혀 다르다.
살아 있는 내가 죽어 있는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밖에 보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
왜냐하면 내 삶은 죽음을 억압하는 일-
내 뚝심으로 죽음을 삶의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는 노력 외에 다른 것이 아니므로.
어느 날 죽음이 나비 날개보다 더 가벼운 내 등허리에 오래 녹슬지 않는 핀을 꽂으리라.
그래도 해변으로 나가는 어두운 날의기쁨,
내 두 눈이 바닷게처럼 내 삶을 뜯어먹을지라도.
-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11쪽, 문학동네, 2014
===========
살아갈 이유를 찾자는 것. 설령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