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불휘 2024. 5. 21. 00:13

 

 

얼마 전 하나의 무해한 기약을 했다. 옛 친구와 조만간 차를 마시기로. 생각 한 귀퉁이에 간직할 테고, 마음의 준비도 해놓겠지만 이루어지려면 아주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되리. 인연을 다시 잇는다는 건 현재의 물잔에 과거라는 짙은 풍미의 홍차를 섞는 것과 같을 터. 그때처럼 가볍게 팔랑팔랑 오라 하고 싶지만 처한 환경이 다르겠지. 

산책 중에 잠시 길턱에 걸터앉아 발치에 떨어진 꽃잎을 그러모아 본다. 하릴없이 꽃태를 재현하려는 건 아니어도 그냥 의미없이 흩어져 버리는 게 서글퍼서. 손가락에 배인 옅으나 뚜렷한 향기.  그러나 내가 하고 있는 짓이 일종의 전가행동인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