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아은, "공백을 짜는 시간"
진광불휘
2023. 12. 21. 00:01
바닥에 붉은 사다리를 만드는 저녁
당신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는다
손가락이 짓무르도록
아침은 멀고 긴 강처럼 깊어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실을 짓는다
실 사다리로 시간은 올라갈 수 없고
눈을 감으면
가로등 아래 돌담 벽이 능소화를 상처처럼 매달고 있고
꽃과 꽃 사이는 사다리
당신은 거기에 있지, 생각하다가
눈을 뜨면 창백한 당신이
보이지 않게 앓는
다시 새벽,
사다리들이 나의 손에 매달려 있다
올 거지?
사랑에도 철이 있대
아직 아픈 당신의 새벽
눈을 감았다 떴다
창문은 퀼트처럼
새벽빛을 질질 끌고
어째서 난
- 아은, <공백을 짜는 시간> 시 전문, 작가마당』,2023년 하반기
===========
비어 있는 것도 좋구나. 나머지는 읽는 이가 메울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