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불휘 2023. 12. 7. 00:01



언제나 내 꿈은 딱 200권만 소장하는 거다. 그러나 늘 실패하고 마는 소원이라, 정신차리고 나면 집은 시나브로 책으로 빼곡하다. 어제 100여권, 오늘도 200여권의 책을 아파트 재활용장에 내놨다. 다음 달에 인테리어 공사가 있어 짐과 가구와 가전을 모두 빼야 하는데, 그 전에 최대한 책이라도 줄이겠다는 시도다. 

분명히 몇 년 전에도, 이 '200권'을 떠올리며 책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그때도 1천권 가까이 줄였던 것 같다. 아름다운 가게에 5박스 가까이 책을 보내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300권 넘게 책을 넘겼다. 두 번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은 처음부터 안 사려고 애쓰고 있고, 요새 도서관은 상호대차라는 타관 도서 대여 서비스가 되는 까닭에 사실 책 욕심은 자제하기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나는 이데올로기상 소유에 별다른 애정이나 관심이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책은 끊임없이 불어나고, 새끼치고, 플라나리아처럼 무성생식한다. 선배가 주고, 지인이 보내오고, 후배가 선물하고, 친구가 건네고, 원고 쓸 때마다 자료 구비상 몇 권씩 구입하면 일 년에 백여 권씩 불어나는 거. 

일단 집에 들어온 책은 버리기도 쉽지 않다. 한 권 한 권 다 의미가 있기도 하고, 중고서점은 신간과 베스트셀러만 선호하며, 중고매장들도 책만큼은 그닥 반기지 않는다. 경쟁 매체도 많아져서 이제는 책을 주겠다고 해도 좋아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 

그럼 끌어안고 죽어야할까. 아니, 책은 도구이고 결과이며 경로일 뿐이니 그걸 운명과 겹쳐보는 건 과잉 집착이다. 200권은 너무 많이 가지지 않으면서도 소장도서를 최상으로 증류하려는 내 욕심일 것. 그러나 5년에 한 번 펴보지도 않을 책을 갖고만 있겠다는 건 바보같은 짓이겠지. 

중고서점과 친해지자. 1년에 한 번은 책장을 정리하자. 200권은 무리겠지만 더이상 책장을 늘리지 않도록 하자. 이번에도 이 정도로 타협하기로 한다.

일단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들은 내년 2월까지 구입을 미루기로. 그래도 고대했던 책은 사야하잖아. 친애하는 저자님들, 죄송해요. 조금만 있다 구입할게요. 공사만 좀 끝내구요.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