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불휘 2023. 7. 12. 23:20

 

내 집 근처에 B학교가 있다면, 일주일에 서너 번은 그곳을 찾았겠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교정을 거닐었을 것이다. 종종 바에도 들르고.
 
내 집 근처에 K시가 있다면 역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사무실을 찾아 J와 점심을 먹었겠다. 가끔은 저녁에 맥주도 한 잔 씩 했을테고.
 
내 집 근처에 또다른 K시가 있다면 또 나는 한달에 두 세 번은 다른 J와 차를 마셨겠다. 아이들 얘기도 하고 지난 술자리 얘기도 묻고 그랬겠다. 간식도 전해주고, 책도 선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들은 너무 멀어서 나는 오두카니 여기에 있다. 풀어헤친 두발처럼 머리 속에서 길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 휘여휘여 그곳에 닿는다. 그러면 왠지 눈물이 난다.
 
살아갈 힘은 느닷없는 전화, 중요한 것 하나 없는 질문, 뜬금없는 날씨 얘기 같은 데서 솟아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 진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