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보충수업 재개
진광불휘
2023. 1. 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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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수업이 다시 시작된다. 지난 10월 코로나에 걸리면서 빠진 시수를 채우는 일이다.
이미 시험에 합격했으므로 보충에서 새로이 배울 건 없다. 따라서 지루한 일정이 되리라.
그렇다고 대놓고 딴청을 피우는 건 학강들에게 폐만 끼칠 터이니
그동안 유튜브에서 뇌병변 전문 치료사들의 재활 강의를 들어봐야겠다.
눈으로 쫓고, 공통점을 발견하고, 유의점을 찾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계획을 그려보자.
그가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든 아니든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놓자.
설령 퇴원해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회복까지 결코 간단한 과정은 아닐 테니
상태를 확인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가자.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에 특히 유의하면서, 어쩌면 내가 가장 부족한 점은 그것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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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동네를 잠시 걸었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고 단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마트에서 장도 봤다. 일요일을 부러 바쁘게 지냈다. 서울로 돌아오면 거짓말처럼, 약속처럼, 루틴처럼
똑같은 무력감과 좌절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으리라.
공포에 맞서고 우회로를 찾고,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이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할 터.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거리, 유령들만 떠돌뿐 사방에 건물만 남은 세계를 헤매는 기분이다.
여전히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건강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뿐 아니라
관계를 잘 지켜낸다는 의미라는 걸 혹독하게 배우고 있다. 그러므로 배회는 오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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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땅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
휩쓸려 가지 말자. 어떤 것에든, 무엇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