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불휘 2022. 8. 3. 01:15

 

정말 오랜만에 일산에 다녀왔네.

 

최근 나의 일들은 안면은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SNS로만 대화를 나눴던 이들을
직접 만나는 일이다. 혹은 아주 오래 전 교류는 있었으나 데면데면해진 인연들과
단톡방에서 주기적으로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원래 같이 보기로 했던 다른 지인분이
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일정을 바꿔 일산 K선생님을 먼저 뵙게 되었다.
K선생님의 남편은 내 세월호 기록집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의 첫 번 째
인터뷰이이기도 하다. 어제 자리에는 그리하여 부부가 함께 오셨다.
 
현황을 정리해 메일 드린 것을 바탕으로 쓰지 않은 것들, 쓸 수 없었던 것들까지
가감없이 말씀드렸다. 크게들 놀라셨고, 상황을 따라잡지 못해 간혹 버벅이기도 하셨다.
보호자와 지인들의 만류에도 K선생님께서 빠르게 대응해 주신 것이 지금 와서 보면
아주 시기적절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으셨나고 여쭤보기도 했다. 1차에 이어
2차 대응도 준비할 즈음이어서 일정과 절차를 어찌 할 지 의견도 나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보호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 2차 대응과 관련해
도움을 구하고 요청해야 할 것을 이야기했다.
 
호성이 어머님께서 1차 대응에서 큰 돈을 쾌척하신 바를 듣고 감복하기도 했고,
두 분께서 내 손을 잡아주시고, 그게 뭐든 함께 나누고 같이 하겠다고 말씀해주셔서,
혼자만 짊어지지 말라고, 가끔 물러나서 쉬다 오라고 말해 주셔서 오열했다.   
너무 많이 울었는지 1시간 밖에 만나지 않았는데도 헤어지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빠졌을 정도.
 
전반적인 과정을 비슷한 일을 당할 다른 이들을 위해 기록(백서?)으로 남기자는
제안도 해주셨고(브런치?), 2차 대응의 올해 최종 기한(~11/15)도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지인이 코로나19가 완치되는 대로 만나 최종 입장을 정하고,
다시 그것으로 보호자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곧 내가 요보사 수업에 들어가게 되므로
8월 중에 전반적인 내용 및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2차 대응에 들어가면, SNS와 단톡방,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더 많은 분들께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K선생님은 1차 대응 때 전화만 100통 넘게 받으셨다고.
또 지인의 지인인 JBR 선생께도 도움을 청해 그의 페북, 트위터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공유를 부탁하는 게 좋겠다. 그의 이름은 적잖이 도움이 될 테니까.
그걸 다음에 만날 지인께 요청드리자.
 
일이 많다고는 할 수 없는데, 모두가 낯선 것들이고, 혼자 정리해야 하는 문서들도
하나같이 누군가의 최악의 처지를 상정하고 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해서
압박감이 크다. 6개월 시점에서 싸울 준비를 한다면, 그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달리 기댈 사람이 있지는 않다. 적응하면서 천천히 가면 될 것이다.
책 한 권을 쓰는 일과 같다. 처음엔 막막하지만, 세세하게 작업을 분류하고, 일정을 계획하면
마침내 발간일이 오듯 그렇게 가면 된다. 휴식을 잊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자.
 
가끔은 일산에 들러 K선생님 부부를 뵙자고 해야겠다.
그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도와달라고 말하자. 손을 뻗고, 같이 가자고 부탁해 보자.
이 지인들 모두 영혼이 따뜻한 사람들이니. 그래서 우리가 집회에서 만난 것이었으니.
 
돌아오는 길엔 비가 많이 내렸다.
자정이 넘은 지금도 빗줄기가 굵다.
그러나 이 비도 그치겠지. 그걸 알고 대비하는 일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같다.
다만 그 정도의 전망을 가지고 생을 살도록 하자.
 
그거면 된다.
이후로는 시간이 나를 가르칠테니.
배우마. 익혀가겠다. 
온 힘을 다해.